문 화 정 보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요약

여 백 2021. 7. 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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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보신 분들은 괜히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다시 보고 싶어지고 그러실 텐데요. 개인적으로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과 2004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을 참 좋아합니다. 기회가 되면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 해보고 싶네요. 

 

영국은 1908년, 1948년, 2012년 이렇게 총 3번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입니다. 세 번 다 런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올림픽을 3회 개최한 나라는 영국이 유일합니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인 런던 스타디움에서 이뤄졌습니다.

 

 

 

 

 2012 Opening Ceremony : London 2012 Olympic Games

 

 

런던 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Live as one(하나의 삶)" 이며 모토는 "Inspire a Generation(세대에게 영감을)"입니다.

올해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 슬로건은 "United by Emotion(감동으로 하나되다)"이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은 "Passion, Connected(하나된 열정)"입니다.

참고로 간지왕 아테네 올림픽의 슬로건은 "Welcome Home" 이었죠.

올림픽 슬로건은 나라와 시대정신, 평화, 스포츠 정신 등을 포함하여 테마가 되는 표어이기에 상당히 중요한데요. 카피라이터가 아니더라도 요즘엔 각자의 SNS 소통 창구를 통해 누구나 카피라이터가 되는 세상이지요. 멋진 글귀를 뽑아내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무튼 런던 올림픽은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자 하였는데요. 개막식 총 감독은 '대니 보일'이 맡았습니다. 

 

대니보일

 

대니 보일은 <슬럼독 밀리어네어>, <28일 후>, <127시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카데미 감독상을 포함해 다양한 수상이력이 있습니다. 스타일리쉬한 연출때문인지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3시간 동안 멋진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군 땅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한 개막식엔 스토리가 있습니다. '경이로운 영국'의 모습을 3부작 순서로 진행되는데요.

 

개막식의 초반엔 영국의 대륙이 나옵니다.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전경 이후 아이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예루살렘>입니다.

 

 

아득한 옛날 저들의 발길은 
잉글랜드의 푸른 산 위를 거닐고 
신의 성스러운 양이 
기쁨의 풀밭 위에 보였네 
구름 낀 산 위로 
성스러운 얼굴도 빛났을까 
여기 이 어두운 악마의 맷돌 사이 
예루살렘이 세워졌을까 

 

 

1769년 처음으로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제분공장인 '알비온 제분소'가 런던에 세워집니다. 이 알비온 제분소는 산업혁명의 상징인 '증기기관' 발명자 와트가 공장주 매튜 볼튼과 합작으로 세운 공장이었는데요.

 

이 제분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분업을 이어오던 제분업자들에겐 생계를 위협하는 '사탄의 맷돌'이었습니다. 가내수공업에서 공장식으로 변모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었죠.

 

많은 제분업자들의 증오를 받던 알비온 제분소는 화재로 전소합니다. 이유는 다양했으나 많은 이들이 자영업 제분업자들의 방화를 손꼽았습니다. 

 

시인 블레이크는 화재로 전소된 제분소의 근처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지지자이기도 한 블레이크는 이 화재에서 영감을 받아 서사시에 기록하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영혼의 투쟁'이라 묘사했습니다. 예루살렘의 시는 산업화로 어려움을 겪던 노동자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어주었습니다.

 

대니보일 감독은 블레이크 감독의 예루살렘 시를 선택했습니다. 마치 <반지의 제왕> 초반에 나오는 켈트족처럼 평화로운 목가적 정원 마을이 묘사되다가, 영국의 산업혁명의 모습이 등장하며 그 뒤에 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다양한 방송사들의 해설에선 '산업혁명으로 인류의 생활을 바꾼 영국의 위대함'을 말했지만, 들여다볼수록 대니보일의 의도는 약간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굴뚝이 솟아오르고 그 옆엔 청소하는 노동자 소년이 매달려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연기하는 퍼포먼서들 역시 웃지 않습니다. 영국의 부강, 나아가 세계산업은 바로 이 '웃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의미하듯 말입니다.

 

이에 영국 보수당 의원 에이단 벌리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좌파적인 개막식"이라 비난하기도 하였습니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엔 서프러제트가 등장했습니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이들인데요. 이들의 활동은 1918년 2월 일정 자격을 갖춘 30세 이상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국민투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 제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대니보일 감독은 노동자, 여성의 연대, 투쟁, 희생을 개막식에 선보여 진정한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일러주었습니다. 이날 개막식에는 재로 행진과 전국여성참정권협회의 자손들이 참석하여 그 의의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권과 노동의 존중은 정치이념이 아닌 'ITS FOR EVERYONE'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공고히 했습니다. 

 

 

 

 

 

 

 아동문학의 진수

 

 

개막식엔 자랑타임이 빠질 수 없습니다.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한 문장으로 개막식이 시작되었는데요.

 

 

 

피터팬의 저자인 제임스 메슈 베리가 인세를 전부 기부해 세워진 어린이병원 '그레이트 오먼스 스트리트' 병원과 전액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무상의료제도 NHS(National Health Services) 를 형상한 공연을 펼쳐보여 영국의 복지문화를 자랑했습니다. 의료장비와 함께 춤추는 댄서들 역시 건강보험직원들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놀랍습니다.

 

또한, 해리포터의 저자 J.K.롤링이 등장하여 피터팬의 서문을 읽고 그 뒤엔 영국 아동 문학의 파티가 이어집니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가 병상의 아이들을 위협하자, 로렌 차일드의 '메리 포핀스' 의 메리가 우산을 타고 내려와 볼드모트를 무찌르고 아이들을 지켜줍니다. 

 

다른 나라들의 개막식엔 '우리 이런 거 있다!' 고 내세웠다면,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너희 이것도 알지?^^' 라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영국산' 문화가 많았는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과연 문화강국다운 면모였습니다.

 

 

 

 

 깨알같은 영국식 유머

 

 

전국민 축제답게 영국은 유머코드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적절한 농담과 재미요소가 이 개막식을 더욱 세련되게 했습니다.

 

2012년은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0주년이기도 했는데요. 개막식엔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습니다. 영화 007 시리즈의 대니얼 크레이그가 등장해 여왕을 경호하는 영상에 이어 헬리콥터에서 여왕이 무려 맨몸으로 탈출하는 유머를 선보였습니다. (물론 대역입니다 ㅋㅋ)

 

전세계인에게 웃음을 준 '미스터빈' 로완 앳킨슨은 런던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이루며 코풀고 휴지를 던져버리는 능청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세계적 거장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수석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의 티키타카도 상당한 볼거리입니다.

 

사이먼 래틀은 15세에 리버풀 오케스트라 타악기 주자였던 천재 소년으로 지휘과를 졸업한 후 베를린 필 하모닉에서 상임지휘자로 선출되고 이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역임한 영국의 지휘자이자 음악가인데요. 영국의 문화발전에 상당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국훈장과 기사작위를 서임받기도 했습니다.

 

로왓 앳킨스이 꿈을 꾸는 장면이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데요. 이 부분은 영화 <불의 전차>가 모티프입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영국 육상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들이 협연한 곡 역시 영화 <불의 전차>의 메인 테마곡입니다.

 

 

 

 

 대니보일식 뮤직파티

 

 

우스갯소리로 영국을 음식 대신 음악을 선물한 나라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만큼 영국은 락의 본고장이며 뛰어난 뮤지션을 보유한 국가이죠. 유명한 락그룹 몇명만 떠올려보아도 거의 영국 밴드입니다.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데프레파드, 악틱 몽키즈, 퀸.... 어마어마하죠?

 

대니보일은 전 세계인의 공통어인 '음악'으로 이 개막식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개막식 3부의 마지막은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등장하여 헤이 쥬드를 열창했습니다. 런던 스타디움의 8만명과 세계각국의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였습니다.

 

폐막식에서도 역시 죽은 프레디 머큐리와 존 레논이 등장했고, 전 오아시스 멤버인 비디 아이와 영국의 전설적인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출연했습니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올림픽에 맞게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은 그야말로 성대했습니다. 그에 비해 올해 도쿄 올림픽 개막식은 본인들의 문화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 많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평창동계올림픽,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 이어 한번 더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예산은 약 2700만 파운드, 한화로 480억원입니다. '아나바다' 올림픽으로 유명했던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엔 '문화와 인류애'가 돋보였습니다. 앞으로 대니보일 감독의 영화도 주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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