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첫 관극은 프로젝트아일랜드의 '장녀들'이다.
프로젝트아일랜드는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극단으로 창단한지는 10년도 넘었다.
작년에 최무인, 남동진 배우가 열연했다는 <아일랜드>가 호평이 많았고
서지혜 연출가의 연출 방식도 궁금해서 이번 공연은 찾아보게 되었다.
최근에 올해 기획/연출부도 뽑는 것 같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페이스북을 참고하셔라.
http://www.facebook.com/island2013
아트원씨어터는 관객 입장에서 좀 괴로운 극장이다.
예사(구 대명아트홀) 는 화장실이 헬이긴 하지만, 막상 공연을 볼때는 편안한 느낌이라면
아트원씨어터는 너무 관객 사이가 비좁아서 답답하고 특히 나처럼 엉덩이살이 없는 사람들은 꼬리뼈가 아프다.
화장실도 비좁고, 엘베는 늘 꽉차있어서 다리상태가 괜찮다면 보통 계단을 오르게 되며 무엇보다 티켓부스가 좁다.
티켓 받을때 ? 줄 개길다. 엄청 오래걸린다.
2관, 3관 티켓부스도 딱 붙어있어서 잘못 판단하면 엉뚱한데 가서 표 달라고 할 수 있다. (난 맨날 헷갈려)
그럼에도 애정하는 연극들 대부분이 아트원에서 올라가고 있으니...
장점이라면 무대가 깊어서 연극을 올리거나 창작하는 팀이라면 무대 구성을 소극장에서라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소극장이지만 프로젝터도 많은 편이고 뭐 조명기기나 음향기기나 상태들이 좋고(내부사정은 모름)
좁기 때문인지 자리를 잘 잡으면 배우랑 다이렉트로 호흡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장녀들>은 자리에 매우 오른쪽 구석으로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잘 보였다.
장녀들은 시노다세츠코의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은 1부 집 지키는 딸 / 2부 퍼스트 레이디 / 3부 미션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가 묶여 있는 형식이다.
연극에서는 3부 미션이 사라지고 1부와 2부만 진행되었다.
저녁 7시 30분 공연이었고, 원래는 150분이었는데 180분.... 무려 3시간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문자를 받았다..
뭔가 기대되기도 하는데 내 꼬리뼈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했다.
흔히 말하는 관크 라는 것은 없었기 때문인지 집중해서 잘 볼 수 있었다.
일본 배경의 극이어서 무대 제작을 사실주의에 기반한 가변형 무대로 제작했더라.
이런 젠스타일... 배우들이 힘으로 무대를 밀면 밀리고 펼쳐지고 하는 구조다.
무대이동이 다양해서 처음에는 좀 정신 사나운가 싶었는데, 익숙해지니까 그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더라.
특히 아픈 어머니의 병실이 자식의 인생에서 지워지듯, 접히듯, 밀어내듯 변화하는 부분이 있는데
주인공의 심리와, 아픈 노모의 짜증스러움과 여러가지 상황이 얽히며
엄마가 자식의 인생에서 밀어내지듯이, 책 덮듯 덮히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보였다.
러닝타임이 길긴 했지만 원작의 힘 + 연출력 = 결국엔 좋았다.
아쉬운 건 이렇게나 많은 배우들이 출연할 필요가 있나 싶은 점이다.
특히 단역으로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는데 대학생 수준의 연기력.. 이어서 ㅠ
유머코드를 노린 부분들이 있어서 너무 무겁지 않게 환기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렇다 해도 너무 많은 배우들이 나왔다.
(그리고 친구들이 많이 왔는지 엄청 웃더라... 등장만 했는데 왜 웃어요.....)
그런데 또 그래서 1부에 이 여러 배우들을 특별출연처럼, 배경처럼 배치하는 연극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장녀 역할을 한 1부의 이도유재 배우와 2부의 김나연 배우, 1부의 어머니였던 김화영 배우와 2부의 강애심 배우
두 말 할 것 없이 완벽한 연기를 했다. 중간에 유키 역할을 한 아역 배우도 귀여웠다.
+ 1부에 나오미와 여동생이 전화로 싸우다가 그 거리감이 사라지면서 마주보는 연출 좋았다
+ 사람들의 잡담과 왈라 소리를 리얼하게 살려서 한 무대 위에서도 다른 공간을 나타내는 연출도 좋았다. 단순 무대 변형과 조명 변화를 뛰어넘는 .. 더 리얼한 느낌.
+ 그리고 프로젝터 활용 잘하더라. 역시 빔은 많고 봐야한다.
요즘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K장녀 K장녀 하지만 공연 보니까 일본 장녀라고 다르지 않던데?
중국 장녀도 그러려나? 동아시아 문화권의 한계인지.. 좀 궁금하다.
시노다세츠코 작가는 20년간 치매걸린 어머니 간병을 했다고 한다.
부모돌봄은 비단 연극이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https://www.mk.co.kr/news/world/9972020
https://www.yna.co.kr/view/AKR20181010080400073
실제로 일본의 여성 대학진학률은 남성에 비해 낮고, 부모의 기대감 역시 낮다고 한다.
특히 명문대일수록 시집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도쿄대 성비는 8 : 2 수준이다.
그나마 2021년 기준 여성 비율이 21.1 퍼센트가 되었으니 축하해야 하는것인지.. 허허.
https://v.daum.net/v/20210317144202159
충격적이다. 도쿄대 다니면 365일 과잠 입으며 과시하고 싶을텐데!
쨌든, 내 친구는 'K 장녀'로 남동생이 있는 누나인데 항상 외동인 나를 부러워 하며 장녀로서의 인생을 한탄하곤 한다.
부모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는 항상 밥 해놓고 여러가지 집안일을 해놓는 것과 남자를 만나는 동시에 남자를 조심해야 하는 것이란다. (이게 무슨 ?ㅋㅋ)
여러가지로 맺힌 것이 많더라.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에 안타까웠고 현실이 참 씁쓸한 것 같다.
자녀의 역할은 무엇일까. 효를 다 한다는 것은?
극 속에서처럼 남동생의 신장은 이식 받기 싫지만 나라면 쌍수들고 환영하는 모친이라면?
아득해지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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