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정 보/후 기 평

연극 <장녀들> 후기 (스포有) : 세밀하고 숨막히다

여 백 2023. 1. 19. 18:27
반응형

 

올해의 첫 관극은 프로젝트아일랜드의 '장녀들'이다.

 

프로젝트아일랜드는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극단으로 창단한지는 10년도 넘었다.

 

작년에 최무인, 남동진 배우가 열연했다는 <아일랜드>가 호평이 많았고

 

서지혜 연출가의 연출 방식도 궁금해서 이번 공연은 찾아보게 되었다.

 

최근에 올해 기획/연출부도 뽑는 것 같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페이스북을 참고하셔라.

 

 

http://www.facebook.com/island2013

 

 

 

아트원씨어터는 관객 입장에서 좀 괴로운 극장이다.

 

예사(구 대명아트홀) 는 화장실이 헬이긴 하지만, 막상 공연을 볼때는 편안한 느낌이라면

 

아트원씨어터는 너무 관객 사이가 비좁아서 답답하고  특히 나처럼 엉덩이살이 없는 사람들은 꼬리뼈가 아프다.

 

화장실도 비좁고, 엘베는 늘 꽉차있어서 다리상태가 괜찮다면 보통 계단을 오르게 되며 무엇보다 티켓부스가 좁다.

 

티켓 받을때 ? 줄 개길다. 엄청 오래걸린다.

 

2관, 3관 티켓부스도 딱 붙어있어서 잘못 판단하면 엉뚱한데 가서 표 달라고 할 수 있다. (난 맨날 헷갈려)

 

그럼에도 애정하는 연극들 대부분이 아트원에서 올라가고 있으니... 

 

장점이라면 무대가 깊어서 연극을 올리거나 창작하는 팀이라면 무대 구성을 소극장에서라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소극장이지만 프로젝터도 많은 편이고 뭐 조명기기나 음향기기나 상태들이 좋고(내부사정은 모름)

 

좁기 때문인지 자리를 잘 잡으면 배우랑 다이렉트로 호흡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장녀들>은 자리에 매우 오른쪽 구석으로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잘 보였다.

 

장녀들은 시노다세츠코의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은 1부 집 지키는 딸 / 2부 퍼스트 레이디 / 3부 미션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가 묶여 있는 형식이다. 

 

연극에서는 3부 미션이 사라지고 1부와 2부만 진행되었다. 

 

저녁 7시 30분 공연이었고, 원래는 150분이었는데 180분.... 무려 3시간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문자를 받았다..

뭔가 기대되기도 하는데 내 꼬리뼈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했다.

 

 

 

 

 

흔히 말하는 관크 라는 것은 없었기 때문인지 집중해서 잘 볼 수 있었다.

 

일본 배경의 극이어서 무대 제작을 사실주의에 기반한 가변형 무대로 제작했더라.

 

출처 프로젝트아일랜드 페이스북

 

이런 젠스타일... 배우들이 힘으로 무대를 밀면 밀리고 펼쳐지고 하는 구조다.

 

무대이동이 다양해서 처음에는 좀 정신 사나운가 싶었는데, 익숙해지니까 그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더라.

 

특히 아픈 어머니의 병실이 자식의 인생에서 지워지듯, 접히듯, 밀어내듯 변화하는 부분이 있는데

 

주인공의 심리와, 아픈 노모의 짜증스러움과 여러가지 상황이 얽히며

 

엄마가 자식의 인생에서 밀어내지듯이, 책 덮듯 덮히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보였다.

 

러닝타임이 길긴 했지만 원작의 힘 + 연출력 = 결국엔 좋았다.

 

아쉬운 건 이렇게나 많은 배우들이 출연할 필요가 있나 싶은 점이다.

 

특히 단역으로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는데 대학생 수준의 연기력.. 이어서 ㅠ 

 

유머코드를 노린 부분들이 있어서 너무 무겁지 않게 환기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렇다 해도 너무 많은 배우들이 나왔다.

 

(그리고 친구들이 많이 왔는지 엄청 웃더라... 등장만 했는데 왜 웃어요.....)

 

그런데 또 그래서 1부에 이 여러 배우들을 특별출연처럼, 배경처럼 배치하는 연극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장녀 역할을 한 1부의 이도유재 배우와 2부의 김나연 배우, 1부의 어머니였던 김화영 배우와 2부의 강애심 배우

 

두 말 할 것 없이 완벽한 연기를 했다. 중간에 유키 역할을 한 아역 배우도 귀여웠다.

 

 

+ 1부에 나오미와 여동생이 전화로 싸우다가 그 거리감이 사라지면서 마주보는 연출 좋았다

 

+ 사람들의 잡담과 왈라 소리를 리얼하게 살려서 한 무대 위에서도 다른 공간을 나타내는 연출도 좋았다. 단순 무대 변형과 조명 변화를 뛰어넘는 .. 더 리얼한 느낌. 

 

+ 그리고 프로젝터 활용 잘하더라. 역시 빔은 많고 봐야한다.

 


 

요즘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K장녀 K장녀 하지만 공연 보니까 일본 장녀라고 다르지 않던데? 

중국 장녀도 그러려나?  동아시아 문화권의 한계인지.. 좀 궁금하다.

 

시노다세츠코 작가는 20년간 치매걸린 어머니 간병을 했다고 한다.

부모돌봄은 비단 연극이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https://www.mk.co.kr/news/world/9972020

 

서울대 41% vs 도쿄대 21%…日최고명문에 女학생 적은 이유 - 매일경제

[한중일 톺아보기-64]

www.mk.co.kr

 

https://www.yna.co.kr/view/AKR20181010080400073

 

"여자가 무슨 대학을 가"…차별 여전한 日, 남녀 진학률 '격차' | 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대부분의 광역 지자체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www.yna.co.kr

 

 

실제로 일본의 여성 대학진학률은 남성에 비해 낮고, 부모의 기대감 역시 낮다고 한다.

특히 명문대일수록 시집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도쿄대 성비는 8 : 2 수준이다. 

그나마 2021년 기준 여성 비율이 21.1 퍼센트가 되었으니 축하해야 하는것인지.. 허허.

 

 

https://v.daum.net/v/20210317144202159

 

도쿄대 여성 합격자 비율 역대 최고치..'20퍼센트의 벽' 허무나

2021년도 도쿄대 합격자 여성 비율 21.1%로 역대 최고여전히 여성 지원자 수 적어...똑똑한 여성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가 원인"여학생 비율 늘리기 위한 노력 필요"지난 3월 10일, 2

v.daum.net

 

 

충격적이다. 도쿄대 다니면 365일 과잠 입으며 과시하고 싶을텐데!

 

쨌든, 내 친구는 'K 장녀'로 남동생이 있는 누나인데 항상 외동인 나를 부러워 하며 장녀로서의 인생을 한탄하곤 한다.

 

부모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는 항상 밥 해놓고 여러가지 집안일을 해놓는 것과 남자를 만나는 동시에 남자를 조심해야 하는 것이란다. (이게 무슨 ?ㅋㅋ)

 

여러가지로 맺힌 것이 많더라.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에 안타까웠고 현실이 참 씁쓸한 것 같다. 

 

자녀의 역할은 무엇일까. 효를 다 한다는 것은?

 

극 속에서처럼 남동생의 신장은 이식 받기 싫지만 나라면 쌍수들고 환영하는 모친이라면?

 

아득해지는 이야기들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