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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살인을 말하다 : 테드 번디 테이프(Conversations with A Killer: The Ted Bundy Tapes)

여 백 2020. 8. 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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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HD 공식 예고편

 

 

넷플릭스의 진주는 다큐멘터리이다. 왓챠는 명작 영화들이 많고 넷플릭스에는 고퀄리티의 다큐멘터리가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본 테드 번디 테이프에 대해 포스팅해보고자 한다.

 

테드 번디 테이프가 고퀄리티의 다큐멘터리라는 건 절대 아니고.. 쌍 따봉들면서 추천할만한 다큐는 아니라는 걸 명시한다. 전형적인 살인마 스피커로서 사이코패스 뽕을 잔뜩 불어넣고, 찐따에게 서사를 만들어주는.. 그런 알만한 다큐멘터리라. 킬링 타임으로는 나쁘지 않다. 희생자를 생각하면 킬링 타임이라는 말조차 적절하지 않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영상은 나름 재미있고 술술 흘러간다. 60분 내외의 에피소드 4개로 구성되어 있다. 

 

테드 번디는 1970년대 시애틀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미국의 연쇄 살인범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인사고 범죄 관련해서 조금만 서치해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인물이다. 법대 출신이라는 점과 잘생긴 얼굴로 연쇄살인의 귀공자.. 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오늘날 창작자들이 환장하는 "잘생기고 똑똑한 싸이코패스" 캐릭터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뚜껑을 열어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부풀려질 인물은 아니다. 다큐를 보면서 느낀 건, 테드 번디는 전형적인 자의식 과잉 관종 찐따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이면 일찍 잡혔을 정도로 무모하고 자만심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다. 그렇게 똑똑하거나 철두철미하지도 않았다. 법정에선 변호사를 못 믿고 스스로를 변호하려는 똘추짓까지 일삼다가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다.

 

70년대는 살인마들이 날뛰기 좋았다. 씨씨티비를 비롯해서 과학 발전이 급진적이지 않았던 시대여서 설칠 수 있었다고 본다. 한국의 이춘재와 유영철이 희대의 싸이코패스, 악마라고 매스컴이 보도한 것과 달리 현실은 여자에게 섹스어필을 하지 못해 강간을 저지른 루저였던 것처럼, 경찰들이 허술해서 설칠 수 있었던 강간마였던 것처럼 말이다.

 

 

 

 

 

테드 번디는 결국 잡혔고, 두 번의 탈주.. 에도 불구하고 다시 교도소로 잡혀왔다. 결국은 사형 선고를 받아 전기의자에서 죽었다.

 

오히려 보면서 인상 깊었던 건, 테드 번디 사형일에 Burn Bundy! 를 외치며 파티를 했던 사람들과 날파리 떼같은 취재진들, 전기의자 뱃지를 파는 상인들 같은 모습들이었다. 희대의 살인마가 사형 집행을 당해 기쁜 마음은 알겠지만, 뭔가 그 행태들을 보고 있자니 기이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이 테드 번디와 같다거나 테드 번디에게 연민이 든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악이란 무엇인가.. 내면 밑바닥 있는 것에 대해서 가만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기이한 것은, 테드 번디의 재판마다 찾아갔던 여성들.

 

테드 번디는 젊고 어린 여성만 성폭행했고, 살해했고, 유기했고, 시신에도 그짓을 해댄 미친놈인데. 테드 번디가 잘생긴 달변가라고 해서 그의 아이를 낳고 싶어하고(!), 변호사를 통해 러브레터를 보내고 싶어하는.. 그에게 매료되었다고 당당히 인터뷰하는 여자들을 보며 암담함을 느꼈다.

 

 

 

 

잊지말자. 테드 번디의 희생자들을.

 

Jane Doe :  신원 미상의 여자를 지칭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가상의 인명.

 

아이러니하게도 테드 번디는 복역 중에 자신의 추종자 여성과 결혼하여 딸을 낳고 살았다. 정말 미친 세상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본 법정은 두 건의 살인 모두 참으로 극악무도하고 잔혹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극히 악랄하고 가공할 만큼 사악하며 극심한 고통을 준 후 사람 목숨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기 위해 

고의로 설계한 계획의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본 법정은 배심원단이 완성한 평결문에 동의하며 

이에 피고인 시어도어 로버트 번디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바입니다. 


자신을 돌보세요 젊은이.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자신을 돌보세요. 

그간 본 법정에서 보아온 한 인간성이 완전히 낭비되는 걸 지켜보는 건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신은 영리한 젊은이에요.

훌륭한 변호사가 돼서 내 앞에서 변호하는 걸 봤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길을 갔네요 파트너. 

자신을 잘 돌봐요. 

적의는 전혀 없습니다.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재판에서 판사의 말 中

 

 

 

 

테드 번디는 전형적으로 지 팔자 지가 꼬았다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테드 번디보다 더 힘들게 더 외롭고 불쌍하게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전세계에 넘친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살인하는가? 아니다.

 

비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내 입장에서 테드 번디는 그렇게 각박한 유년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다. 한국의 정남규랑 비교해봐라.. (그 XX도 미친 XX다.)

 

테드 번디는 자신의 유년시절이 자기가 벌인 만행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자신은 상당히 복잡한(complex) 인물이며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영리하고, 현학적인 체 했다. 테드 번디는 스스로를 너무 높게 평가한 남자였다. 이상에 비해 현실과 능력이 따라가주지 못한 것을 비관했고, 돈 많고 잘난 여자와 사귀다 차였고, 열받은 나머지 힘 없는 여자를 죽이며 대신 성취감을 느꼈다. 이게 찐따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언제나 생각하지만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 정치가가 꿈이었던 테드 번디는 어떤 면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그는 죽어서조차 지나치게 우상화 되었다. 그의 서사를 많은 이들이 알고, 21세기에 넷플릭스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사람들은 살인마를 너무 사랑한다. 자극을 쫓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유혹적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지나친 우상화는 그만하자. 존잘 싸패 캐릭도 그만 만들면 안 될까? 이제 질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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