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정 보/후 기 평

영화 <미드소마> 집단이라는 광기

여 백 2021. 7. 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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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서는 <미드소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드소마 (Midsommar)

 

장르: 공포, 미스터리

 

각본/감독: 아리 애스터 (전작: 유전)

 

개봉: 2019년 7월

 

한국어번역: 황석희

 

청소년 관람불가

 

배우: 플로렌스 퓨(대니 아더), 잭 레이너(크리스티안 휴즈), 윌 폴터(마크), 빌헬름 블롬그렌(펠레), 윌리엄 잭슨 하퍼(조쉬)

 

2021년 7월 기준 : 왓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감상가능 (왓챠 감독판 有)

 

 

국내포스터

 

미국판 포스터

 

 

 

 

 

 미드소마 공식 트레일러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을 보신 분이라면 이 감독이 얼마나 공포를 괴기하게, 집단 숭배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지 알 수 있을 텐데요. 아리 애스터는 미국의 영화감독으로, 뉴욕주에서 유대인 부모님 아래 태어났으며 <유전>에 이어 <미드소마>로 공포 영화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남성 작가이자 감독입니다. 한국 영화 마니아라고도 알려져 있는데요. 오스카(Oscar)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물론이요, 나홍진 감독의 <곡성>,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언급하며 한국 영화를 많이 참고하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 한 적도 있습니다. 특히나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의 메가폰을 잡게 되며 '성덕'이 되었다고 합니다. 장준환 감독은 <1987>, <화이>처럼 시리어스한 작품부터 <지구를 지켜라!>, <러브 포 세일>처럼 쇼킹한 작품까지 연출하고 있는데요. 아리 애스터 감독이 어떻게 리메이크를 할지 참 기대가 됩니다. <지구를 지켜라!>의 양파같은 시나리오와 '충공깽'스러운 설정들... 본인의 색깔이 확실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잘 표현해 낼 것 같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어떤 내용?

 

일가족을 잃은 후, 불안증을 앓는 대니는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있지만, 크리스티안은 대니와 헤어지고 싶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대니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에 있는 시골 마을 '호르가'의 여름 축제에 동승하게 되고, 그곳의 문화와 공동체를 직관하게 되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드소마는 하지축제라는 뜻인데요. 영화 속에서 호르가의 미드소마는 90년마다 한 번씩 9일 동안 열립니다. 다른 여러 공포 영화의 플롯처럼 외지인의 시각에서 새로운 호르가 공동체의 문화와 문명을 보고 그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보면 사이비 집단 같기도 하고, 고대 문명과 신화를 답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교도스럽기도 하고, 괴기합니다. 

 

 

 

 

 

 

 세 가지의 관점 포인트

 

 

① 낯선 것의 공포

 

렐프 왈더 애머슨은 "공포는 항상 무지에서 온다." 고 말했습니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죽음이나 고난 자체를 두려워해서 보다도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죽음이라는 것 자체 역시 사전적 정의와 현상만 아는 것이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라고요. 그의 말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으로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권태를 겪는 연인, 그들 간의 미묘한 틀어진 정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은 남자친구, 대학생, 논문, 이별을 종요하는 친구들의 사소한 대화들... 이런 것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따라서 무섭다기보단 일상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주인공 대니의 가족사가 드러남과, 특히나 알 수 없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 '호르가'에 입성하면서부터 '낯선 공포'는 관객을 지배합니다.

 

 

 

 

영화 <겟아웃>에서 '객'으로서 겪는 공포감처럼 대니와 크리스티안네는 이상한 환각버섯을 먹는 것을 시작으로 호르가의 '절벽'이라는 이들만의 문화를 직접 보게 됩니다. 생애주기에 따라 72세가 되면 절벽에서 추락하여 직접 생을 마감하는 자살 방조의 장... 인데요.

 

이는 스웨덴의 애티스툽(Ättestupa)이라는 노인자살/노인살해 풍습입니다. 노인이 늙고 병들거나 본인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절벽에서 뛰어내리거나 뛰어내림을 강요당하는 풍습입니다. 실제로 행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넷플리스 드라마 <Norseman>에서도 등장하며, 바이킹 시대때부터 존재하는 구전 설화라고 합니다. 실제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는 이러한 깎아내린듯한 절벽이 많은데요. 주인공들은 호르간에서 이 '절벽' 의식을 본 뒤 경악합니다.

 

 

오프닝 그림

 

작품 속 다양한 상징들이 존재합니다. 오프닝에 나오는 이 그림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갈 수록 영화의 플롯과 동일합니다. 겨울, 동생의 자살과 해골과 어둠이 상징하는 죽음 (부모님), 두번째 그림에선 슬퍼하는 여자(대니) 애매하게 서서 위로하는 남자(크리스티안), 그들을 위에서 관찰하는 남자(펠레), 피리부는 사나이(펠레)와 그 뒤를 따르는 친구들, 낙원(호르간)으로 입성하는 친구들, 그리고 태양 아래 하나되는 공동체와 제물로 바쳐진 5개의 해골. 마지막 죽은 외지인이 5명(사이먼, 코니, 조쉬, 마크, 크리스티안)인 것을 감안했을 때 딱 맞아떨어집니다.  

 

 

 

 

 

② 집단과 여성

 

 

 

 

충격적인 '절벽 의식'을 보고 난 뒤, 대니는 크리스티안에게 묻습니다. "그런 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크리스티안은 자신도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덧붙입니다. "그래도 편견을 버리려고 노력중이야. 문화잖아." 과연 크리스티안은 마지막에 곰 가죽 안에 들어가면서도 문화라고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왜 처녀의 성년식에 외지인 남성이 필요하다라는 문화엔 이해하고, 그것이 자신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요하고 기대했으면서도, 그 괴기한 성관계 의식에선 두려움을 느꼈을까요?

 

문화, 관습, 전통이라는 말은 편리합니다. 아무리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라도 관습이라는 단어 아래 자행되지요. 이슬람권의 명예살인, 여성 할례가 대표적입니다. 미드소마는 이러한 집단과 문화 속에서 개인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이며, 개인의 의식과 신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 축제에 동반된 외지인들은 이들의 문화 자행되는 의식들이 초반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멋쩍게 웃으며 그들이 하는 행동들을 따라하니까요.

 

 

 

 

영화 초반의 윌 포터가 연기한 마크는 스웨덴 여자들은 섹시하다면서 여름 축제에 놀러가 한바탕 즐길 생각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대니에게 가장 적대적인 인물이기도 했던 마크는 대니네 일동 중 가장 먼저 살해당합니다. 여성의 부름에 따라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또한, 대니의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은 영화 내내 이기주의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정서적으로 야비한 방식을 택하는 인물인데요. 마을 처녀 '마야'와의 짝짓기 대상으로 지목된 후 그녀와 성교를 하면서(알몸의 여성들이 노래 부르는 사이에서!), 마야가 손을 뻗자 자신이 잡아주려 하나 그 손이 자신이 아닌 마을의 장로를 향한 것임을 깨닫고 표정이 변합니다. 이어서 노파가 자신의 엉덩이를 밀며(!) 성교를 직접 돕자 다시 한 번 경악에 찬 표정을 짓습니다. 사정 이후 마야는 "아기가 느껴져요!" 라며 본인을 정말 임신을 하기 위한 용도... 로 사용했음을 알고 공포감을 느낍니다. 짝짓기 후의 수컷 사마귀가 될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일까요? 크리스티안은 알몸으로 뛰쳐 나가보지만 도망갈 곳은 없고, 오히려 죽은 동료들의 시체만 발견하게 될 뿐입니다.

 

마크의 시선으로 대변되는 성적 대상에 지나지 않던 여성들은 영화 진행에 따라 때로는 괴기하게, 때로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변화합니다. 남근중심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외지인들에겐 공포의 대상 그 자체입니다. 

 

언제나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을까 전전긍긍해하던 대니가 자신의 선택으로 크리스티안을 제물로 받치는 점 또한 반전 요소입니다. 이 축제에 동행한 것 역시, 남자친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었으며 어쩌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식의 구차함이었는데요. 메이퀸(5월의 여신)으로 선정되며 마을 공동체 내의 1인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구차한 여자에서 타인의 생명을 본인의 선택으로 재단할 수 있는 '신'이 됩니다.

 

메이퀸이 된 대니

 

 

 

 

③ 도망갈 틈이 없다.

 

우리는 공포를 대면했을 때 안전하다고 여기는 곳으로 피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어둠에선 빛으로, 새벽에서 아침으로, 낯선 이에게서 지인에게로, 밖(외지)에서 안(내부)으로, 타인에서 가족으로, 개인에서 집단으로. 그러나 영화 <미드소마>에선 당신이 안전하다고 믿는 것을 배반합니다.

 

영화 속엔 어둠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 축제 기간의 호르가는 해가 지지 않습니다. 저녁 아홉 시가 되어도 밝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공포의 장소 (어둠, 골목길, 습기, 외진 도로)는 등장하지 않고, 백주 대낮의 자연이 푸르른 들판이 나옵니다. 꽃이 있고, 야외 결혼식장처럼 멋진 가든이 펼쳐져 있으며 춤과 노래와 음악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곳이 끔찍해졌을 때 도피할 공간이 없습니다. 

 

 

 

실제 스웨덴에선 '미드솜마르'라고 하는 하지 축제가 있습니다. 6월 19일에서 26일 사이에 열리는 전통 축제로 우리의 단오와 비슷한데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스웨덴의 두 번째 축제라고 하니 그 성대함을 아시겠지요? 

 

그리고 저렇게 머리에 꽃으로 장식해서 강강술래처럼 손을 잡고 돌면서 춤을 추는 놀이도 실제합니다. 그러나 그 밖의 영화속에서 보이는 충격적인 요소들은 허구라고 봐야합니다.

 

 

 

이 영화는 연인의 해제이자 가족의 해체를 말하고, 역설적으로 그것에 해방감을 느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중심 인물은 대니는 불타는 신전을 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활짝 웃습니다.

 

 

 

 

이 영화는 특히나 가족주의적인 문화를 가진 대한민국 일원으로 감상하기엔 쇼킹합니다. 한국은 여전히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효(孝)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의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한국에서 미드소마는 많은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줍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 교감하고 살아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특성입니다. 특히 한국은 정(情)을 기반으로 한 혈연 중심의 나라이며 교감, 배려, 화합, 조화, 협동을 우선으로 하는 겸손이 미덕인 나라이지요. 그에 따른 장점도 확실하지만 아무래도 조직생활에 있어 나대지 않는 것이 미덕이기 때문에 개인의 특성을 억압하기도 합니다. 또한, 가족과 연인 사이의 일들을 개인의 일이라 치부하며 덮어놓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심심찮게 가족간 비극을 대면합니다. 남동생이 누나를 살해한 뒤 농수로에 버리기도 하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기도 하고, 반대로 자식이 부모를 죽이거나 폭행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뉴스들은 대중에게 큰 관심을 갖지 못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아리 애스터는 펠레의 대사를 대신하여 우리에게 묻고 싶은 것처럼 보입니다. "가족은 당신에게 안식처가 되고 있나요? 혈연과 제도 아래서가 아닌 진정한 정서적 유대가 있나요?"

 

 

 

 


 

별점  ★★★★

한 줄 평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싶을 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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