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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후기 (스포有) : 납작한 뮤지컬을 보고 싶다면

여 백 2023. 1. 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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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서는 영화와 뮤지컬 <영웅>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웅 (Hero, 2022)

 

한국 창작 뮤지컬

 

2022년 12월 21일 개봉

 

120분

 

감독/윤제균

 

각본/한아름, 윤제균

 

촬영/조상윤

 

출연/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우진, 박진주, 이현우 외

 

제작사/ JK필름, CJ ENM

 

배급사/ CJ ENM

 

 

 

 

 

 

누가 죄인인가? 감독이요!

 

흐흐흐흐.. 실성해서 웃는 중. 간만에 욕하고 싶은 영화를 보았다.

비난이 아니라 비평하고 싶은데 쓰다보면 열 받아서 비난하게 된다.

 

하.. 세 줄 요약하자면.

 

1. 와 이 영화 2023년 첫 영화가 아니라 다행이다!

2. 2022년 마지막 영화가 아니라서도 참 다행이야! (마지막 영화 = 아바타2 물의 길)

3. 너무 촌스러워요.

 

내가 한국영화를 너무 오랜만에 본 건가 싶었다.

헤어질 결심을 봤어야 했는데 (ㅋㅋ)

CGV 자식들이 코로나 시기에 티켓값을 너무나도 올려놨기 때문에 한동안 영화관을 등한시했는데 

12월에 만료되는 쿠폰들이 많아서 갔더니 웬열. 이마저도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다니.

 

사실 요즘 한국 상업 영화를 보면서... 다들 너무 고심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독립영화계에 그렇게 철학적으로 고민하던 감독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런 찍어내는 작품들만 생산되는가. 필름 낭비다.

비단 영화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계는 좀 심하다.

 

나 역시 문화예술 계통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창작도 하는 사람으로 글 쓰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장르이던간에. 그래도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시나리오가 단순하다면 촬영과 미술을 통해 충분히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영웅>은 원작과 완성형(심지어 잘 팔리는) 뮤지컬이 존재한다.

 

영화 <영웅>은 그 창작 뮤지컬을 그대로 영화 형태로 엎어 씌운 작품이다.

 

걍... 똑같다. 원작을 잘 살렸다~ 라고 말하기엔 그냥 너무 똑같다.

이럴 거면 영화를 왜 보냐 뮤지컬 보지. 장점은 영화값이 공연값보다 싸다는 것 하나가 아닐까. 

 

뮤지컬 영웅도 대본을 놓고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뮤지컬 영웅을 먼저 본 사람이고, 그때도 넘버가 좋았고 정성화가 워낙 노래를 잘하고, 무대 연출이 웅장해서 감동을 받긴 했지만 이야기의 진행에서는 뚝뚝 끊긴다고 느끼는 면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설희와 링링의 이야기는 뜬금없는 전개라고 느껴졌다. 2014년 이전에는 이토 히로부미 미화 논란도 있었다고 하니.. 그런 부분에서는 읭? 스럽다. 수출을 염두해서 만들어서 그렇다. 제목이 <안중근>이 아니라 <영웅>인 것을 보아도 그러하다.

 

영화에서 바뀐 점은 링링이다. 박진주가 연기한 역할은 원래 링링이라는 중국여자인데 반중국적인 한국의 메이져 감성을 반영해서인지 영화에선 중국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뀌고 (이 남매 자체가 원작에서는 중국인인데 영화에서는 한국인이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14살 연상의 유부남 안중근을 짝사랑하는데 영화에서는 웬 한국의 젊은이(이현우) 와 엮어버리는(ㅋㅋ)  극강의 헤테로 서사 정도이다. 김고은이 연기한 설희의 넘버도 추가되었다. 물론 그밖에 자잘하게 각색되었겠지만, 크게 느껴지는 건 이정도이다.

 

원안은 한국인이라면 마땅히 알고 있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내용, 더 나아가 동양평화론을 펼쳤던 안중근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점에서 <영웅>은 상당한 강점을 안고 간다. 욕 하는 새끼들이 매국노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욕을 해도 내용적으로 욕먹을 수는 없고 (왜냐면 사실에 기반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연출이라던지 연기라던지 그밖의 요소로 쓴소리를 들을텐데,

이건 상당히 욕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비난의 화살을 빗겨 걷는 작품이라고 본다.

 

대부분 이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작품들이 다소 그렇다. 동주라던지, 밀정이라던지, 암살이라던지, 허스토리라던지... (이 영화들은 영화 영웅과 비교도 안 될만큼 깊은 고민을 해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도 생각하지만ㅋ)

 

하지만 내용은 그렇다고 쳐도 말이다. 왜 연출이 이것밖에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촬영기법이다.

 

영화가 끝나자 마자 촬영감독이 누군지 살펴봤다.

 

 

조상윤 감독의 필모그래피이다. 욕하려라기 보단..  스타일이 궁금했다. 솔직히 나는 영화가 문제가 생긴다면 그 문제는 촬영감독이 아닌 결과적으로 감독과 연출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모를 보면 느껴지지만 대체로 드라마 (서사)가 강한 작품들 위주 촬영을 진행한 것 같다. 불신지옥이나 건축학개론은 상당히 잘 촬영되지 않았던가? 청년경찰이나 사자는 안 봐서 모르겠다. 액션, 판타지... 흠.

 

어쨌든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다른 촬영 기법과 연출이 필요했다고 본다.

 

어쨌든 굉장히 촌스러웠다. 전체적으로.

노래 부를때 드라마 <질투> 마지막 장면처럼 빙글빙글 도는 촬영 기법은 누가 생각한 건가?

그리고 거의 모든 인물들이 넘버씬에서 전면 C.U 정도로만 촬영이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옆에서도 찍었을 거 아냐?

컷편집이 들어가면 너무 조잡스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 

하지만 관객인 나는 영화를 보러간 거지, 공연을 보러 간 것이 아니란 말이다.

 

공연의 현장감이 쏙 빠진 영화이고 하물며 내용 자체도 똑같고 앞뒤 에피소드가 그렇게 풍부해진 것도 아니면서 왜 성의없게 찍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가...

 

 

 

제작비 140억은 어디로 갔을까?

 

140억 들여서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 대체 어디다가 그 돈을 갖다 썼는지 궁금하다.

배우 라인업은 너무나 좋았는데 정성화랑 김고은 출연료로 다 날려버린 것인지.

 

보고 나와서 아니 돈을 다 어디다가 썼어? 라고 육성으로 말했다.

왜 이렇게 엑스트라와 조연이 등장하지 않는가.

엑스트라라고 등장은 하는데 너무 적은 인원에 떼창 넘버 하나에서만 나왔던 것 같고,

연출력 진짜...  떼씬 연출은 영화 <레미제라블> 보면서 많이 배웠을 것 아닌가?

떼씬 연출 못하겠으면 장준환한테 가서 영화 <1987>에서 떼씬 어떻게 연출했는지 물어라도 봤어야 한다.

나는 뮤지컬 영화라길래 영화 1987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장면에서 느꼈던 그 웅장함 같은 것을 기대했다고.

어떻게 뮤지컬 앙상블이 부르는 넘버보다도 장면이 빈약해보일 수 있는지.

1987은 그건 뮤지컬 영화도 아닌데 웅장했다고. 촬영 잘했다고...

 

내 친구도 "동지들이 대장!이라고 하는데 대장같지가 않아... 조장아니야..? 팀장인가...?"

 

대장이라며... 부대원들이 어디있는가. 다 어디 갔는가? 걍 첨에 그렇게 죽인걸로 끝인거냐.

계속 조우진, 박진주, 조재윤, 배정남만 나오니까 이건 뭐 한줌단이다.

 

 

그리고 CG처리 왜 그런거냐?

진심으로 꽃보다 남자 오리 생각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wxZuDMkc4E 

 

 

제작비 140억이라며

심지어 꽃보다 남자는 2009년 드라마다.

어떻게 내가 2022년에 영화를 보면서 13년 전 씨지로 욕먹었던 드라마가 떠오를 수 있는지.

이건 봐야만 안다. 정성화랑 이현우랑 조재윤이랑 일본놈들한테 쫓기는데 특히 정성화가 지붕 위로 도망다니는데 (글로보니까 재밌을 것 같네) 씨지 처리 너무 티났다. 안 그래도 몰입감 떨어지는데 왜 그래요 나한테.

진지하게 보고 싶은 관객을 배반하는 장면이었다.

 

 

 

윤제균 감독의 CJ 감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씨제이감성 

이제는 어떤 은유나 속어로 쓰이는 것만 같다.

국어사전에 등재되어야 한다.

 

윤제균 감독을 원망해버리기

 

 

어쩄든 그 감성의 시초가 영화 <해운대>, <하모니>, <국제시장>을 이은 윤제균 감독의 필모그라피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도 그렇고 항상 그래왔고 늘 그랬듯이 반복된다. 윤제균 닉값 쩐다.

 

극 후반부에 안중근 의사의 처형이 확정되고, 나문희 (=안중근 의사 모친)가 아들의 수의를 직접 만들면서 부르는 넘버가 있는데 오열하라고 만든 장면이었다.

 

물론 나는 충실히 울어주는 관객이다.

하지만 운다고 그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것은 아니잖아.

 

차라리 나문희 배우의 장면은 슬프기라도 했지, 김고은 넘버들은 너무 쳐졌다.

김고은도 영화보고 후회했을 거다.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한다고 하자고 한 것이 아닐까.

윤제균 감독은 고은언니의 필모그라피의 오점이라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도 노래는 잘 부르더라. 김고은 노래 잘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v8Zb2TNawM 

 

비긴어게인 보고 가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caraEBO7rtY 

 

박진주도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배우를 왜 그렇게 밖에 활용을 못했는지 아쉬웠다.

상대적으로 남자배우들은 정성화 제외하고는 노래를 너무 못해서 듣기 힘들었다.

조우진은 내가 대박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비지니스가 너무 깔끔한 연기를 해서 돋보일 수 밖에 없는데 여기서는 그가 안 보이더라.

조우진은 <내부자들>로 유명하지만 진가는 <강철비>라고 본다...  강철비 보세요. 연기 끝내줍니다.

 

에휴 암튼 여러모로 아쉬웠다.

 

연출은 촌스럽고

웅장감은 빈약해졌으며

현장감은 납작해진 뮤지컬 영화

 

윤제균 감독 작품은 영화관에서는 앞으로는.. 그래. 생각을 더 깊게 하고 선택하도록 하자.

맨날 별로인 작품만 후기글에 쓰게 되는 것 같네. 다음에는 좋은 작품에 대해서도 평해보도록 하겠다.

 

 


별점  ★★☆
한 줄 평  영화 동아리가 만든 140억짜리 정성화 원맨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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