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서는 <킬링 이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킬링 이브 (Killing Eve, 2019)
드라마, 스릴러
BBC America, 영국, 2019.04.08~2019.05.27 (시즌1)
19세 이상 시청가, 8부작
원작/ 루크 젠닝스
감독/ 데이먼 토머스, 존 이스트, 해리 브래드비어
배우/ 산드라 오(이브 폴라스트리), 조디 코머(빌라넬), 피오나 쇼(캐롤린) 외 다수

주말에 노닥거리던 여백은 트위터에서 킬링 이브를 보라는 영업 트윗을 읽게 됩니다. 머리를 풀고 재밌다고 극찬하는 탓에 "그렇게 재밌나?"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왓챠 플레이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저는 왓챠를 6개월 이상 꾸준히 구독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기 결제료가 월 7,900원으로 오른 모양입니다. 저는 4,900원을 자동 결제하고 있고 오른 결제료가 무서워서 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 일주일에 영화 한 편 이상 보려고 하고 드라마나 애니로 뽕은 뽑고 있습니다만, 어찌 되었건 <킬링 이브>는 오직 왓챠 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고, 저는 하루 만에 8편을 정주행하고 말았습니다.
시간으로 환산하기도 귀찮네요. 저는 현실에서는 엄청난 평화주의자로 잔인한 창작물을 즐겨 보는데요. 창작물이란 본디 적당히 폭력성을 잘 뒤섞는다면 꽤 수작이 탄생하기도 하죠. 대표적으로 한국 영화 장르에선 박찬욱이 그러한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반면, 잔혹하고 폭력적인데 재미가 없다? 그건 쓰레기입니다. 시나리오가 형편없다는 뜻이죠. 웬만한 인간이라면 폭력적인 소재에 반응하기 마련이고,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으니까요. 액션과 스릴러 장르 마니아라면 더욱 공감하실 겁니다. 그리고 우리네 킬링 이브는 폭력적이고 스릴 넘칩니다. 확실히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추천하지 못할 작품인 건 확실합니다. 그러나 재미있습니다. 하루 만에 전편을 연속해서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뒷 내용이 궁금해 미치겠고, 행동하는 캐릭터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순식간에 매료되고 맙니다.
저는 항상 제 주변 지인들이 왜 그 작품을 보아야 해? 라고 묻는다면,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1편을 보고 판단하라고 조언하는데요. (그렇지 않은 작품도 물론 있습니다. 1편은 극노잼이지만 편수가 늘어날수록 저세상 꿀잼인 드라마도 많아요. 예를 들면 한드 <나인>이라던지, <나인> 같은…….) 킬링 이브는 1편부터 변태 같은 미소가 떠오르는 드라마입니다. 확실히 재미있어요. 한국에서도 꽤 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건 리뷰니까 왜 킬링 이브를 봐야 하는가?로 주제 삼아 떠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끝내주는 캐릭터

한국계 미국인 배우 산드라 오가 연기하는 이브 폴라스트리는 MI5의 보안 요원입니다. MI6도 아니고 5는 뭐지? 하실 분들 있으실 텐데 MI5는 영국의 국내 파트 담당 보안정보국입니다. 실제 배우처럼 드라마 속 '이브'도 한국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현재는 영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브의 내제된 꿈은 MI6의 요원이 되는 것인데요. 범죄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암살자를 추적하고 싶어합니다. 일에 열정이 많으며 다소(많이) 매니악한 기질이 있습니다.
이브는 빌라넬을 추적하는데 공을 들입니다.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빌라넬과 독대하기도 하고, 거의 톰과 제리... 처럼 앙숙이자 사업 파트너(?)적인 묘한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브는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목표인 빌라넬을 추적하는 일에 과하게 빠져들게 되고 + 거기다가 개인적인 감정(애증)까지 더해지면서 집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남편은 위험하고 이상한 이브의 일을 반대하지만, 이미 빌라넬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이브에겐 아오안입니다. 걍 보다보면 비호감이라서 잘 됐죠 뭐. 기묘한 건, 분명 이브의 짝은 남편인데... 참 장애물처럼 느껴집니다. 이브와 빌라넬 사이를 가로막는 것처럼 느껴져요. 나열하고 보니 웃기네요.

빌라넬. 본명은 옥사나 아스탄코바. 러시아인입니다. 동성애자고 사이코 패스이며 킬러입니다. 청탁 살인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일적인 부분에선 워낙 프로라 주로 1인으로 활동하고 처리가 확실합니다. 킬링 이브 안에서는 빌라넬이 살인을 하는 장면을 거의 매편마다 보여주는데요. 그녀의 작업 스타일과 개성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빌라넬은 암살의 댓가로 많은 수익을 얻지만, 굉장한 사치가 취미여서 그만큼 많이 씁니다. 빌라넬이 소비하는 거 보고 있으면 저도 같이 뭔갈 사고 싶어질 정도로요.
빌라넬은 인간의 일반적인 상식이나 도덕적 규범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뭐든지 하고 싶은 건 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변덕도 심하죠. 구 애인에게도 가차 없습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본인의 성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얀데레적이라고 할까요. 소유욕과 집착도 심하고요. 관종 기질도 있어서 자신의 살인을 과시하고 싶어합니다. 특히, 이브에게요.
언어가 곧 정보다. 맞는 말입니다. 빌라넬은 여러 언어를 구사합니다. 언어 천재라고 느껴질 정도로요. 모국어인 러시아어부터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까지 의사소통이 완벽합니다.
빌라넬은 살인의 극적 효과를 좋아해서 총보다는 가까이서 죽이려고 하죠. 매우 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보려고 해요.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 집요하게 보려고 하죠.
빌라넬은 살인을 즐겨요. 후회도 거의 안 하고, 개의치도 않아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끝판왕을 담당하고 계시는 캐롤린입니다. MI6 러시아 부서의 수장으로 여성 암살자를 추적하며 그 배후를 밝히려고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빌라넬 보다 캐롤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봐요. 그냥 미쳤습니다. 중년 여성을 좋아하신다면 필연적으로 열광하게 되실 겁니다. 초 두뇌캐고요. 고로 초 섹시캐입니다. 똥멍청이인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캐롤린이 압살입니다. 스타일링도 매번 환상적입니다. 한 장으로 요약하면.

예... 이브가 대신 물어주네요. 제가 항상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멋지세요?

어떻게 그렇게 매번 멋지시냐구요.
그리고 제가 시즌 3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쩐지 저는 쎄한 게, 캐롤린이 최종 보스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예상하는데요. 더이상은 궁예이니까 줄이도록 하지요.
세련된 삽입곡
킬링 이브의 삽입 음악들이 전부 명곡입니다. 아는 곡들을 드라마 속에서 듣게 되면 괜히 반갑고 그런 건 저뿐만이 아닐겁니다. 특히 빌라넬이 살인할 때 꽤 감미로운 음악들이 흘러나오곤 합니다. 역설적이게 말이죠.
개인적으로 좋았던 삽입곡 입니다. 시가렛 에프터 섹스의 곡은 워낙 유명하지만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1편 빌라넬의 살인 후 흐르는 노래
Killer Shangri-Lah (Killing Eve OST)
https://www.youtube.com/watch?v=VXmgfd1aA1I
2편 오프닝
Cigarettes After Sex - K
https://www.youtube.com/watch?v=wha6bFmUtCA
한국판 가상 캐스팅
한국팬들의 가캐 열풍입니다. 저 역시 찰떡인 한국 배우들의 조합이 떠올랐는데요. 한국판으로 만들어지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요. 아마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것같지만 망상은 즐거우니 해보겠습니다.



문소리, 김태리, 예수정 조합. 제가 생각하는 환상 조합입니다. 김태리의 빌라넬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문소리와 예수정 배우의 연기력이 장난 아닐 것 같습니다. 특히 예수정 배우의 포스로 캐롤린을 연기한다면 그야말로 간지와 포스가 넘치겠네요. 그밖에도 라미란과 고현정의 이브, 천우희과 김옥빈의 빌라넬, 김혜수의 캐롤린 등 많은 가상 캐스팅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킬링이브는 세련되고, 매력적이고 카리스마가 있는 드라마입니다. '걸 크러쉬' 라는 문장은 감히 비비지도 못할 정도로 파격적입니다. 위트 있으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고 시청자를 압도합니다. 멱살 잡고 매력을 뿜어내는 인물들에게 정신 없이 빠져들다 보면, 어느샌가 마지막 편을 재생하고 있는 자신이 있을 겁니다. 이브와 빌라넬의 애증과 같은 관계는 흥미롭고 또 로맨틱하고, 섹시합니다. 그들의 케미스트리는 금단적이면서도 매혹적이며 완벽한 상성을 이룹니다. 캐롤린, 콘스탄틴과 같은 조연들은 세계관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주며 둘 사이를 끈끈하고도 대립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이 궁금합니다. 시즌 3가 제작중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서 빨리 시즌 2를 지나 3까지 만나보고 싶네요.
별점 ★★★★
한 줄 평 짜릿해 새로워 언니들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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