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정 보/후 기 평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여 백 2019. 9. 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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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스포일러와 비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2019)

 

범죄, 액션, 한국, 114분, 2019.09.11 개봉, 15세 관람가

 

누적관객 1,351,914명(09.13 기준)

 

감독/ 손용호

 

배우/ 마동석(박웅철), 김상중(오구탁), 김아중(곽노순), 장기용(고유성) 외 다수

 

 

 

 

2019년 추석을 노리고 개봉한 한국 영화로는 <나쁜 녀석들>을 포함해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정도가 되겠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 나쁜 녀석들을 선택했습니다. 선택한 이유에는 시간과 날짜가 맞았다…, 를 제외하고도 굳이 하나가 더 있자면 캐스팅이었습니다. 저는 나쁜 녀석들의 원작인 OCN 드라마를 보지 않았습니다만. 마동석, 김아중, 김상중, 그리고 tvN드라마 <WWW>에서 박모건 역으로 출연한 신예 장기용 이 조합은 사뭇 재밌을 것 같더군요.

 

 

 

예. 직접 돈 주고 보고 쓰는 후기입니다. 

짧게 평하자면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취향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은 아닙니다. 웬만해서는 큰 기대를 하고 보지 않기 때문에 몇몇 장면만 재미있더라도, 혹은 볼만하면 그래도 오락 영화로서 할만큼 했다는 내적인 평가를 남깁니다.

비평을 하고 싶을 때는 시나리오적 허점이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을 때인데요. 영화 나쁜 녀석들은 그 두 가지를 다 해냅니다. 특히 소재가 좋고, 어느정도 초반 짜임새는 그럴듯한데 이걸 살려내지 못할 경우에는 특히나 안타깝습니다.

이 영화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빈약한 캐릭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큰 허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녀석들의 슬로건은 '나쁜 놈 잡는 나쁜 녀석들' 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나쁜 녀석들은 안 나쁩니다. 물론 관객이 이입해야 하는 주인공들이기 때문에 정의롭고 도덕적인 신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은 압니다. 제가 말하는 '나쁘다' 라는 것은 캐릭터가 가진 파워를 말합니다. 적어도 영화 속 '나쁜 놈'을 잡기 위해 특별히 꾸려진 집단이라면 그 정도의 파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강력한 완력도, 비상한 두뇌도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무기로 꾸려진 팀인지 배짱 한번 두둑하더군요.

 

 

 

김아중 배우가 연기한 곽노순은 미녀 사기꾼입니다. 매우 매력적이고 아름답지만, 정확히 영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예쁘고 섹시합니다. 마치 꽃처럼요. 성비 균형이 너무 무너지니까 하나 꽂아넣은 역할마냥 겸연쩍게 활약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의아합니다. 김아중 배우는 곽노순이라는 인물을 잘 연기했고, 이 배우가 가진 기량이 있을 텐데 왜 이 정도로 밖에 소비하지 못할까요. 단지 눈 호강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라면 굳이 나쁜 녀석들에 필요한 인물일까요.

 

사기에 능통한 미녀 천재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거라면 그런 장면이 더 필요했습니다. 곽노순이 사기꾼이라는 설명이 있고 그녀의 언사가 매우 능글맞다는 점으로 넌지시 알려주지만, 사실 관객들은 정확히 곽노순이 어떤 재주가 있는지는 모릅니다. 어떤 언변으로 극한의 상황을 빠져나가는지, 어떻게 사람을 홀려서 사기를 치는지 그런 에피소드를 한 두번 정도라도 넣어서 활약하게 했어야 맞습니다.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칼도 총도 아니고 맨손으로 조폭과 맞다이를 뜨는데 그런 식으로 엔딩을 낼 거면 곽노순은 자연히 활약하지 못하게 됩니다. 어설픈 인강 강사 흉내로 사기꾼이라는 걸 표현해내려고 하니 곽노순은 두뇌파도 육체파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로 머무를 수밖에 없지요.

 

 

 

장기용이 연기한 고유성도 그렇습니다. 영화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날아다니고 처맞고 온갖 몸으로 쓰는 액션 장면으로 고생은 한 것 같은데 사실 고유성이라는 캐릭터가 싸움을 잘 하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입니다. 멋이 없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영화에서는 멋을 마동석에게 몰아줍니다. 젊고 팔팔한 장기용보다 이빨 빠진(간암에 걸려 죽어가는) 김상중이 더 멋있습니다. 고유성이라는 인물은 전직 경찰이었다는 것밖에 내세울 것이 없고, 경찰대는 어떻게 갔는지 심히 의심스러운 충동성, 공격적인 기질, 다혈질로 이성이 손실된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그가 가진 것은 패기뿐이며 백번 맞아도 백한 번 일어나는 오뚜기 같은 속성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저 둘 가지고 드라마판의 '미친개'를 어떻게 넘느냐 이 말입니다.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 이정문(박해진)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에 아이큐 165, 최연소 멘사 가입... 그냥 말도 안 되는 넘사벽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특별 출연으로 짧게 등장하는 정태수(조동혁)는 전직 원 샷 원 킬 살인청부업자입니다. 전투능력이 세계관 최강이라지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정태수는 종교에 귀의해서 목사 노릇하며 산답니다. 전투력이 부족한 뉴 미친개 사단에 조력자도 아니고 갑자기 장발로 등장해서 웃겨 주고 들어갑니다. 관객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김이 빠져버리고 맙니다. 저는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았는데도 이게 뭔가 싶었는데, 하물며 원작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어떨까요.

 

 

 애매한 벤치마킹

 

영화를 보다 보면 어? 저거! 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게 어쩔 수 없는 K무비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장르가 범죄 액션물이라면 더욱이 거기서 거기입니다. 

도둑들 - 기술자들 / 신세계 - 불한당 / 불한당 - 독전... ... 특히 신세계 - 불한당 - 독전은 무슨 꼬리에 꼬리 물기도 아니고 얘가 얘를 보고 만든 수준으로 결이 같습니다. 남자들의 의리와 사랑 그 애매한 경계도 마치 이차 창작물 같은 비엘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세계는 무간도와 또 흡사하죠.

 

곽노순의 캐릭터는 도둑들의 예니콜과 거의 흡사합니다. 김아중이 그렇게 연기해서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애초에 도둑들의 전지현을 보고 만든 캐릭터 같다는 소리입니다. <도둑들>은 대한민국의 천만영화이고, 거기 나온 배우들이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톱스타인만큼 곽노순을 보고 예니콜을 떠올리지 않기란 힘듭니다. 그걸 넘을 정도로 캐릭터의 개성이 있어야 하는데 시나리오상 거기까지 신경 써주지 않았으니 포스트 예니콜에서 멈춰버리고 마는 거죠.

 

그리고 <나쁜 녀석들> 중간에 마약 공장이 나오는데. 그건 또 <아저씨>에서 나오는 마약 공장이랑 똑같습니다. 애 하나가 팍 쓰러져 버리는 것까지요.

 

 

저도 참 <아저씨>를 재밌게 본 관객인 만큼... 저 장면이 얼마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는지 알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으로 관객에게 큰 충격을 선사하죠. 하지만 이미 한 번 본 장면을 고대로 따라하는 건 성의 부족의 문제입니다. 심지어 마약 공장의 아이들이 그곳에서 임상 실험의 명목으로 생체 실험을 당하고 있다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며 <테이큰>에서 나왔던 마약 매음굴과 같은 장면이라니요. 하아... 정말이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쉽게 막 따오면 어떡하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장르적 고집 無

 

마지막으로 이 문제를 꼽고 싶습니다. 거의 대다수의 관객들은 이미 영화를 예매할 때 그 영화가 어떤 장르인지 압니다. 그러니 당연히 장르적인 어떤 면을 기대하고 영화관에 들어가게 되지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장르는 액션, 범죄입니다. 코미디가 아닙니다.

드라마판에서는 더 심각하고 카리스마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영화로 오니까 왜 이렇게 싼마이가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추석에 개봉하니까 가족 영화로서 오락성도 잡고 싶었던 거겠지요? 하지만 결과는 의아했습니다.

코미디를 할 거면 확실하게 코미디를 하든가. 아니면 더 액션에 치중했어야 합니다. 특히나 드라마에서 진중하고 누아르적인 면으로 대중에게 어필해서 그 수확이 있었다면, 그 컨셉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누아르로 밀기에는 더 심각한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연출에도 더 신경써야 하고, 캐스팅도 달랐어야겠죠. 마동석 배우가 가진 유머러스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코미디 요소를 넣어보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만... 덕분에 장르가 애매해졌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웃기지도 않습니다. 이병헌 감독의 <극한 직업>처럼 차라리 액션, 오락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면 깔끔하고 즐겁지 않습니까. 나쁜 녀석들은 쾌감 있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러기엔 주인공들의 공격력, 게임으로 따지자면 능력치가 너무 부족하고 웃기려고 하기엔 주연 중엔 마동석밖에 웃긴 사람이 없습니다. 조연들 몇 명과 마동석만 웃기고 다른 인물들은 또 너무 힘을 주니까 밸런스가 안 맞는거죠.

대놓고 웃기라고 만든 마동석-장기용 키스..아니, 인공호흡 씬은 그런대로 웃겼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굳이 필요했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죠.

초반에 노란 피... 흑백... 언발란스한 편집도 나왔던 것 같은데 그건 또 <킬 빌>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고요. 술잔을 쌓아서 폭탄주 만드는 편집으로 어떤 설명을 대체하기에는 <더 킹> 도 떠오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촌스럽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노래방 장면에서는 마동석의 멋을 살리기 위해 마치 히어로의 등장씬처럼 슬로우를 걸기도 했는데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지금 두들겨 맞고 있는 피해자가 있는데 왜 오함마 들고 천천히 걸어오는 거죠? 뛰어와서 문짝 부셔야 맞는 거 아닌가요...? 단순한 멋을 위해 기본적인 상식을 포기해 버리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관객들은 단순해도 이성을 갖고 있습니다. 어쩔 때 보면 영화 창작자들이 관객을 너무 바보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배우의 재발견

 

굉장히 욕만한 것 같은데... 재발견도 있습니다. 배우들은 모두 열연해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얼굴 한 번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도깨비 발'의 강영묵 배우.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군요 ㅠㅠ 무명이신 것 같은데 큰 활약을 해주었습니다. 답답했던 액션에 사이다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박성태'역의 박형수 배우.

 

 

이렇게 보니 선한 인상이신데 영화 속에서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너 주민번호 안까먹으려고 노래까지 만들었어...' 연기를 어찌나 잘하시는지 중간 중간 섬뜩했습니다. 조연들의 큰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총평입니다. 아쉽습니다. 타짜3를 보는 게 나았을까 싶었는데 거기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그냥 더 좋아하는 배우 나오는 영화를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답답한 추석입니다. 남은 휴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별점  ★★★

한 줄 평  돈은 있는데 가오는 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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