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서는 <엑시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엑시트 (EXIT, 2019)
액션/코미디, 한국, 103분, 2019.07.31 개봉, 12세 관람가
누적관객 7,558,464명(08.18 기준)
감독/ 이상근
배우/ 조정석(용남), 윤아(의주), 고두심(현옥), 박인환(장수), 김지영(정현)
휴가를 조금 지난 시즌이었습니다만, <엑시트>를 여름나기용 영화로 선택했습니다. 저는 8월 9일 쨍쨍 한창 더울 때 관람했네요.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여름을 영화관에서 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시원하게 보낼 영화입니다. 가족, 친구, 연인 등 누구와 보아도 손색없을 영화이기도 합니다.
민망하거나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이 없습니다.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던 불쾌 요소를 화끈하게 생략해 버립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성적인 드립은 마치 MSG역할을 합니다. 이 대사가 반드시 필요했나? 여기서 반드시 웃으라는 거겠지? 대사가 약간 구리다는 생각이 들어도 옆 관객이 껄껄 웃으면 저도 히융히융 웃어야 할 정도로 빈번하기 마련이지요. 당장 생각나는 예시를 들어보아도, "네 엉덩이에 내 XX 비비고 싶어." 는 영화 <스물>의 유명한 명대사입니다. (<스물> 저는 그 영화를 퍽 즐겁게.... 봤습니다.)
물론 <엑시트>와 <스물>은 다루고 있는 소재 자체가 다릅니다. 장르 역시 다릅니다. 비교 선상에 놓기에 적합하지 않긴 하지만, <엑시트>는 찰나라도 이러한 유머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마치 생존 밖의 일은 별개이며 굳이 그런 요소를 넣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웃기다고 보여주듯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 웃깁니다. 임윤아와 조정석이 그걸 해냅니다.
의주(임윤아)와 용남(조정석), 두 주인공은 오로지 생존과 탈출을 목표로 달려나갑니다. 서로 힘을 합쳐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헤테로 로맨스보다는 오로지 "살고 싶어." 가 모토입니다. 재난 영화 속 남녀 주인공? 이를테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타이타닉> 속 "로즈! 잭!" 과 같은 처절한 희생이나 사랑은 없습니다. 너무나 용감해서 고구마 먹이는 인물 또한 없습니다. 주인공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을 해서 관객을 몰입하게 하고, 동시에 정의로워서 교훈까지 줍니다. 보습 학원 아이들을 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마지막엔 그들이 잘 될 것이라는 암시가 있지만, 이 역시 할리우드 재난 영화 마지막에 으레 등장할 법한 키스신을 대신한 느낌입니다.
졸업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취준생을 못 벗어나 누나에게 등짝 맞고 사는 용남. 컨벤션홀에 근무하며 알바생 보다 못한 대접 플러스 성희롱까지 당하는 우리네 의주. 이 둘은 한국에서 흔히 볼 법한 젊은이들의 모습입니다. 정의롭고 용감한, 생존력과 저력을 갖고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저급 인력으로 소비되는 청년이기도 하지요. 그들은 그들에게 닥친 고난을 뛰어넘어서고, 날아 넘어서고, 깨부숩니다. 그들의 조력자도 등장하지만, 마지막은 결국 자력으로 생존해냅니다. 이러니 그들에게 로맨스란 곁들임 정도가 아닐는지요.
재난 영화의 법칙? NO!
엑시트는 재난 영화의 법칙을 미묘하게 빗겨갑니다.
1. 자극을 최소화
독가스 살포로 사망자 수가 많다는 보도를 함으로써 관객에게 이 독가스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인식시키나, 굳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묘사를 길게 하지 않습니다. 자극적 요소를 생략하고 생존하려는 인물들에게 포커스를 맞춥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상근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의도가 드러납니다.
2. 평범한 주인공
인물은 지극히 어설프고 현실적입니다. 빼어나게 멋지거나 대단한 슈퍼맨이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를 했던 사람들입니다. 영화를 보면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악력 없는 사람은 정말이지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자아성찰이 들더군요.
3. 센스있는 편집과 한국적 요소
영화는 유머러스합니다. 포스터가 보여주는 알록달록한 색채처럼 오프닝 시퀀스와 엔딩 크레딧은 마치 히어로 카툰 시리즈를 방불케 합니다. 재난 영화로 신파적인 요소를 피해가지 못하지만 그마저도 가볍게 넘어갑니다. <해운대>식 눈물 뽑아내기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온몸으로 죽기 싫다고 질질 짭니다. 다분히 현실적이라 오히려 웃플 따름입니다. 중간에 등장했던 BJ 대도서관, 슈기, 윰댕과 같은 유튜버들과 칠순 잔치에 남은 먹을거리를 싸가는 모습, 노래방 기계 뽕을 뽑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강력하게 작용하는 유머 요소입니다.
4. 교육 영화로도 손색 없어
영화를 보면 모스 부호 신호 하나는 기깔나게 배우고 갑니다. 따따따 따따 따따따.
<엑시트>의 어나더 포스터입니다. 마치 생존 키트 준비물을 나열해 놓은 것 같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쉬운 교육 영화로 모범적이기까지 합니다.
크게 기대를 안 하고 본 영화였는데 103분이란 짧은 러닝타임에 보고 나서도 뒷맛이 길지 않고 깔끔했습니다.
별점 ★★★
한 줄 평 한국적인 개운함을 맛보고 싶다면.
참고
<엑시트> 이상근 감독 - 보여주고 싶은 것에 집중했다
꼬박 7년이 걸렸다.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사회 초년생 의주(임윤아)가 산악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갈고닦은 클라이밍 기술을 응용해 가스 테러 현장을 탈출하는 과정을 담은 재난액션영화 <엑시트>가 구상부터 극장에 걸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말이다. 2013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기획개발지원사업에 선정됐던 <결혼피로연>...
www.cine21.com
도움이 되셨다면
하트 ♥ 공감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
'문 화 정 보 > 후 기 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루함은 No! 몰입감 높은 영화 추천 (0) | 2019.11.16 |
---|---|
일드 명작 <언내추럴> (0) | 2019.10.29 |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0) | 2019.10.07 |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0) | 2019.09.14 |
드라마 <킬링 이브> 시즌 1 (0) | 2019.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