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예 소 식

킬링이브 인종차별

여 백 2019. 9. 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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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토요한담의 여백입니다. 오늘의 소식은 킬링이브 시즌1을 재미있게 보았던 팬으로서 안타깝고 또 팬심을 사그러들게 만드는 소식입니다. 논란은 제 71회 에미 어워즈(The Emmys)의 사진 한 장으로부터 불거졌습니다. 사실 불거졌다는 표현보다는 그간 억눌려있던 팬들의 원성이 터졌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습니다. BBC의 킬링이브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고, 이 트윗은 그간 아리송했던 인종차별 논란에 도장을 찍어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저 역시 문화 리뷰 카테고리에서 시즌1을 즐겁게 보았다며 드라마 리뷰까지 남긴 적이 있었는데요. 어제 <킬링이브> 팀이 에미 어워즈에 참석한 사진을 올린 글은 착잡했습니다.

 

 

 

 

9월 23일, 킬링이브 공식 인스타그램은 Team #KillingEve 라는 해시태그 트윗과 함께 에미 어워즈에 참석한 단체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킬링이브에서 빌라넬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조디 코머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사진 속에 있습니다만, 막상 이브 역의 산드라 오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팬들은 '팀 킬링이브' 라면서 도대체 '이브'는 어디에 있는가? 를 의문했습니다.

 

 

팬들은 산드라를 찾으며 그들의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비판했습니다. 처음에 사진을 본 저 역시 산드라 오가 에미 어워즈에 참석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찾아본 결과. 그녀는 명백히 참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킬링이브 공식 트위터는 산드라 오만 제외한 사진을 게시한 것일까요. 논란은 그간 시즌 2를 보면서 팬들이 느낀 의구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시즌1을 찬양글에 가깝도록 칭찬하는 리뷰를 썼지만 반면 시즌2는 1에 비해 실망스러웠습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고 에미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조디 코머는 그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만, 시즌 2는 '킬링 이브'가 아닌 '울 어바웃 빌라넬'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로 빌라넬의 심리를 묘사합니다. 시즌 1에서 대단히 매력적이고 입체적이었던 이브는 도통 몰입하기 힘들 정도로 중심을 잃고 추구했던 지점이 흔들립니다. 이는 시나리오가 주축을 잃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킬링 이브>라는 드라마는 처음부터 이브의 시점으로 시청자들을 몰입 시켰습니다. 시청자들은 빌라넬에게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지만, 스토리 자체는 이브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그녀의 일, 그녀의 동료, 그녀의 가정, 그녀의 꿈과 목표. 이에 빌라넬은 커다란 유혹이며 빌런이기도 하고,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매력적인 인물이지요. 중심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이브가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브가 중심을 잃고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스토리를 집필하는 작가가 누구에게 더 이입하느냐, 즉 누구의 캐릭터를 더 사랑하느냐의 문제가 되겠죠.

 

저는 윤종빈 감독의 <군도>를 보면서 감독이 주인공이 아니라 서브 인물에게 더 이입할 시 어떤 문제가 따르는지 실감했습니다. 투 톱은 하정우와 강동원이었지만 명백히 정의를 따르는 주인공은 하정우가 연기한 '도치'였습니다.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은 비련의 악당이었죠. 하지만 감독이 조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에게 필요 이상의 서사를 주었고, 그 결과 영화의 균형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주인공이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은 필요 이상으로 슬픈 과거와 처연한 분위기가 있어서(감독이 그걸 부여해주어서) 관객들이 주인공인 하정우보다 강동원에게 큰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스토리 상에서 안타고니스트를 물리칠 때 쾌감이 아니라 혼동이 옵니다. 결국 관객들이 주인공이 아닌 악당을 응원하게 되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게 되지요. 이것은 스토리의 문제입니다. 균형의 문제입니다. 관객의 몰입은 단순히 배우가 가진 비주얼이나 호감도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악당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좋은 영화에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그림과 같아서 그려내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보여 지기 때문입니다. 강동원의 얼굴을 갖고 있더라도 2시간 내내 개쓰레기 역할로서 연기한다면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것처럼요.

 

▶ 참고 기사

 

'Killing Eve' Betrayed Its Central Character

In the second season of the BBC America series, the MI6 agent played by Sandra Oh has languished in Villanelle’s shadow.

www.theatlantic.com

 

본 기사는 킬링 이브가 어떻게 산드라 오의 캐릭터를 배신했는지에 대한 기사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조디 코머는 어제 열린 에미 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에 조디 코머는 산드라 오에게 '당신과 함께 이 모든 경험을 공유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전했고 산드라 오는 포옹을 하며 그녀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시상식에서 일반적이며 우리에게 친근한 모습입니다. 보통 어떠한 작품이 노미네이트되어 수상까지 하게 된다면 수고한 배우와 감독, 작가 및 스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킬링이브의 제작진들은 산드라 오가 참석하지 않은 영국 아카데미 TV 시상식 '바프타(BAFTA)'에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피오나 쇼를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산드라 오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킬링 이브는 바프타 크래프트와 바프타 TV에서 총 14개 분야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와 여우주연상,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 당시에도 산드라 오 무언급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팬으로서 킬링 이브팀, 제작진들의 행보가 안타깝습니다. 그들의 인스타그램에 산드라 오는 언제나 제외되어왔으며 킬링이브 공식 계정은 주로 빌라넬의 사진만 올리며 찬양했고, 메인 캐릭터는 두 명인데 유달리 한 명은 소거되는듯한 느낌은 항상 저를 애매한 기분으로 만들었습니다. 내가 동양인이라 유달리 느끼는 것인가?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욱 예민한가? 하는 자기 검열이 한국팬들에게는 당연했을 것이고요. 직접적으로 인종 차별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한다면 막상 그들의 눈앞에 들이밀 수 있는 망언이나 폭언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릇 차별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만연하고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지요.

 

2014년까지 86년 동안 오스카는 단 5명의 흑인에게만 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 오스카는 백인들의 잔치라는 농담이 있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오스카의 여우주연상 중 흑인은 '할리 베리' 한 명뿐입니다. 산드라 오는 2006년 그레이 아나토미로 골든 글로브 여우 조연상을 받은 지 13년 만에 킬링 이브로 골든 글로드 TV부분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시아인 최초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30년 간 산전수전을 겪으며 인종차별 속에서 배우로서 버텨냈던 산드라 오입니다. 현재 킬링이브 시즌3가 제작중인데 그녀의 업무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더이상 킬링 이브 스토리에서 이브가 지워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팬으로서도, 드라마의 팬으로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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