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 에프엑스(F(X)) 멤버이자 가수 겸 배우 설리(최진리, 25)의 영결식과 발인이 오늘 17일 비공개로 치러졌습니다. 유가족의 배려로 팬들을 위한 조문 장소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7호에 별도로 마련되었습니다.
이에 SNS를 통해 고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추모가 이어졌습니다.
과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설리와 공개 연애를 했던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음과 같은 글을 작성했습니다.
최자의 애도에 일부 악플러들이 댓글을 달자, 전 원더걸스 멤버였던 핫펠트(예은)는 대댓글로 분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예은의 소속사는 아메바컬쳐로 다이나믹듀오가 회사 대표입니다. 설리와 최자가 과거 연인이었던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 설리의 비보에 따라 최자 또한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은의 댓글이 적절했는가는 개인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최자는 계속되는 논란에 SNS의 댓글창을 막아둔 상태입니다.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추모 게시글을 남겼습니다.
배우 유아인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애도를 남겼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유아인의 다음과 같은 애도에 '설리의 죽음이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라도 자극했는가' 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애도와 추모라는 명목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가 남긴 '누구의 탓도 아니고 서로를 사랑하자'는 시적 애도보다는 고인을 위한 진심 어린 추모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설리 자살의 책임은 자극적인 언론과 무책임한 악플, 그녀의 사생활이나 복장이나 인스타 라이브 방송까지 사사건건 헐뜯고 침해했던 사회 전반적인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연예인의 죽음을 두고 악성 댓글 탓이라고만 하는 것은 악성 댓글이란 편한 악마를 설정해두고 언론이 재생산해왔던 이미지와 여기에 부화뇌동해 폭력적 시선을 던진 대중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근래 본 가장 공감했던 기사입니다. 그녀의 자살을 단순히 악플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악플의 주 무대가 어디였나요. 또한 '설리 법' 이라며 악플 금지법을 발의한 자유 한국당과 바른 미래당 국회의원들은 사이버 불링이 단순히 익명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들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악플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다면 실명제로 이루어지는 페이스북에는 악플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달고도 친구 태그를 해가며 혐오 발언을 내뱉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고요. 악플 금지를 명목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진행한다면 막상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악플러들이 아닌 소수자들일 것입니다. 그 대상이 연예인이 아닌 정치인이라면 어떨까요. 비난과 비판의 모호한 부분, 표현의 자유에 정치적인 개입이 없을 것이라 단언할 수 없습니다.
악플이 판치는 이유는 글을 쓰는 사람이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명을 내걸고도 차별적인 발언을 내뱉는 사람들은 본인이 단 댓글이 악플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면 인지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으니 그저 유흥에서 끝나버리고 말죠. 악플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과 사람 간의 예의 부족, 처벌에 대한 경각심 부족입니다. 악플러들에 대한 소송이 전보다는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처벌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악플 금지법은 악플에 대한 고소와 처벌이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제발 피해자 이름으로 사건을 부르지 말자고, 피해자 이름으로 법을 만들지 말자고 요구한 지 몇 년이나 흘렀는데 여전히 '악플 금지법'이 아닌 '설리법' 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연예인의 사생활, 특히 십 대 여자 아이돌들을 향한 성적인 희롱과 도를 넘은 발언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한편, 오늘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고인의 사망 관련 최초 동향 보고서가 유출된 것에 대하여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오늘 13시 소방재난본부 별관 3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고인의 사망 관련 동향 보고서가 성남 소방서 119 구급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고서 양식이 일치한다고 밝히며,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청문감사담당관은 자체 조사 결과 동향보고를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한 직원에 의해 SNS로 유출됐으며,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소방 공무원이 내부 문서를 유출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실망스럽다며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향 보고서는 고인의 사망 일시 및 장소에 관한 주요 내용과 고인의 시간대별 활동 내역이 적혀 있기에 외부 유출이 금기된 문서입니다. 연예 활동 내내 악플과 자극적인 언론 보도에 노출되었던 고 최진리 씨가 연예인으로서 마지막까지 낱낱이 파헤쳐지며 존엄을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문건 유출이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었을지 내부 유출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촉구합니다.
고 최진리씨는 2005년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해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연예계 생활을 하며 스포트라이트와 폭력 속에 노출되어 왔던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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