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정 보/책 기 록

돌이킬 수 있는 / 문목하

여 백 2020. 8. 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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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돌이킬 수 있는 / 문목하

 

 

넷플릭스에서 판권 사주면 안 돼요?

 

 

밀리의 서재로 읽은 책.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든 생각. 이건 된다! 되는 주식이라고!

 

상당히 재밌게 봤다. 초반부보다 결말로 갈수록 재밌는 책은 오랜만이다. 보통 초장이 재밌고 뒤에 가서 힘빠지는 소설이 많은데.. 이건 뒷심이 좋은 편이다.

 

장르는 SF 판타지 초능력물로 윤서리, 서형우, 정여준, 최주상 이 인물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씽크홀로 폐허가 된 경선산성이 이야기의 바탕이 된다. 

 

재밌는 드라마는 배우를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고, 재밌는 소설은 입체적인 캐릭터가 살아 춤춘다. <돌이킬 수 있는>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당연히 윤서리이겠지만, 서형우 팀장도, 정여준도 비원의 우두머리 최주상도, 이름만 존재하는 이경선까지도 입체적이며 목표가 뚜렷한 인물들이다. 

 

한국형 SF물에서 로맨스가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까지 속도감 있게 내달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책 자체로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지만. 장르 특성상 세계관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끊임 없이 정보가 쏟아진다. 타임루프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그래도 대화로 풀어서 많이 속도감을 내려고 노력했다.

 

나는 꽉 닫힌 엔딩을 좋아한다. 되도록 해피엔딩이었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돌이킬 수 있는>은 멋진 엔딩이었다. 자조할만한 상황에도 목표를 향해 내달리고, 변화하고, 도전하는 윤서리가 멋있고. 또 정여준은 얼마나 따뜻한 인물인가. 개인적으로는 최주상이라는 인물이 상당히 입체적이었다. 사람은 반드시 선하지도, 반드시 악하지만도 않다는 걸 보여준다. 잔혹하지만 헌신적이고. 또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사랑해야만 하는 '평범한 사람' 이기도 하다.

 

납득하기 읽기 힘든 소재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 빌드업해서 마지막에 쾌감을 주는 스토리까지 좋았다. 간만에 아주 단단한 인물들을 보았다. 고요하지만 내면이 강한 사람들. 윤서리도 정여준도 결이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상황에서 너는 그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못하지 않을까. 어려울 선택을 하는 멋있는 캐릭터. 좋았다. 영상화가 된다고 해도 멋진 에피소드들이 나올 것 같다. 제작비는....? 제가 알 바 아닙니다.

 

 

 

 

신입이 똑똑하고 약삭빠른 건 좋지만 유능하면 곤란했다. 유명해지면 더더욱 낭패였다. 그 신입이 앞으로 처신을 어마나 잘할지는 몰라도 백 이면 백, 남의 공 세워주기 위해 재주 부리는 곰으로 전락할 게 뻔했다.

 

얼굴만 봐도 직업을 알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인생이 직업에 찌든 것이다.

 

"연민도 받아본 사람이 할 줄 아는 거겠죠."

 

정직은 신용을 지켜주지만, 거짓말은 생명을 지켜주거든.

 

"사람 죽여본 적 있냐?"
"아직 없습니다."

 

"최소한의 신뢰는 심어줘야 잠깐이나마 제대로 일할 거 아니야. 총알받이한테도 어디 서야 할지 자리 정도는 정해줘야지."

 

대체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가족애라고 하기엔 번민이 너무 컸고, 동지애라고 하기엔 헌신이 지나쳤습니다.

 

"날 용서해줄 수 있어요?"
뜬금없는 소리로 들렸을 텐데도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내가 안 그럴 수도 있는 거니?"

 

"왜겠어요?"
"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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