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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 마루야마 겐지

여 백 2021. 5. 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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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 마루야마 겐지

 

 

 

 

 

신랄한 독설 그러나 그 안에 희망이 없을까?

 

 

마루야마 겐지는 그 작품보다 인터뷰로 먼저 알게된 작가다. 일문학엔 독문학보다 관심이 없었던 편식가라.. 말하려니 민망하지만. 그러다 한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7/2017081702321.html

 

文學은 1대1로 대결하는 예술… 떼거리로 하는 게 아니다

"문학은 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한 뒤 고향 산골에 파묻힌 게 1968년. 나가노현 시나노오마치역에 도착한 8일, 일본 문단의 기인(奇人)은 자신의 트럭을 몰고 우리 일행을 마중나와 있었

www.chosun.com

 

 

―문단과는 여전히 발을 끊고 지내나.

"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묻고, 세계와 일대일로 대결하는 예술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본 문학은 '사(私)소설'이다. 마누라가 어쨌다는 둥, 와인이 어쨌다는 둥, 나는 이렇게 괴롭다는 둥… 근본적 고민이 없다. 그런 소설은 벽장 속에 넣어두고 저 혼자 읽어라. 다들 나르시시스트투성이였다."

―(조심스럽게) 누가 대표적이냐고 묻는다면.

"(크게 웃으며) 일본 문학의 3대 나르시시스트가 있다. 다자이 오사무(1909~1948), 미시마 유키오(1925~1970),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68)다. 다들 망상을 가지고 쓰더군. 하루키 초창기 소설을 좀 읽어봤다. 이제는 읽지 않는다. 나르시시즘의 전형이지. 평범에 미달하는 남자가 미녀에게 둘러싸여 늘 사랑을 받더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이다. 작가의 콤플렉스지.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고."

―너무 오만한 발언 아닐까.

"(다시 크게 웃으며) 오만이 없다면 이렇게 산속에 들어와 글을 쓸 수가 없지."

―미움받기를 즐기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지만,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교류하지 않는다. 문학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르다. 그런데도 착각한다. 구어(口語)의 연장 혹은 확장이 문학의 언어인 것처럼. 시나리오나 드라마 잘 손질해서 출판하는 게 문학이 아니다. 외국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하거나, 피아노를 쇼팽 수준으로 연주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문학은 영화처럼 모두 함께 보는 장르가 아니다. 책을 어깨동무하고 함께 읽을 수 있나. 혼자 읽고, 혼자 쓰는 거다."

 

일본의 3대 나르시스트(ㅋㅋ) 중 한 명 다자이 오사무는 사춘기 시절 내 센치한 감성을 자극했지만, 대학생이 되서 단편집이 읽으니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책임하고.. 시대와 감성을 잘 탔달까. 인간으로서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그 마음 깊숙한 부분을 건드리는 글이긴 했다. 지금도 흔히 '여성적'이라고 하는 일본의 특색을 떠올리면 왜 다자이를 좋아하는지 알 만도 하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 하루키의 글을 읽었는데 이 역시 허망하더라. 왜 다들 뽕에 취하는지 어렴풋하게 알 것 같긴 했다. 분위기도 작품의 일부고 호오를 갈리게 만드니까.. 사실 왕가위 감독을 좋아하는 나로선 할 말이 없다. 사실 알맹이가 없는 글들이고 영화이기에.

 

다시 돌아와서, 마루야마 겐지의 인터뷰 중 책을 어깨동무 하고 읽을 수 있냐는 물음은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다.

문학은 음지의 예술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요즘은 그 역시 많이 퇴색되었으나.. 정치 없는 예술이 순수 예술인데. 안타까운 실정이다.

 

아래는 인상깊은 구절.

 

 

 

 

당신은 이제 세 편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아마 1년 반에서 2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을 겁니다. 펜을 들지 않았으면 어차피 어리석게 살았을 시간입니다.

 

 

당신처럼 일하는 소설가에게 편집자는 때로 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도구로 사용하고 싶어하지 그 이상의 대우를 꺼립니다.

 

 

압박감은 막강한 적이자 당신의 재능을 말라비틀어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운동이 다 뭐야. 웃기고 있네." 하고 대범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은 직장인이지, 자유업에 종사하는 당신이 아닙니다.

--> 운동하라는 잔소리.. 직장인에게도 운동은 필요합니다(^^;)

 

 

이들끼리의 교류ㅡ어차피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는 것에 불과한ㅡ는 어땠나요. 멋진 경험이었나요. 물론 여러 가지 수확은 있었을 겁니다. 특히 큰 수확은 소설을 쓰는 것 이상으로 충만함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깨달음이겠지요.

 

 

문학의 무한히 너른 바다 한 가운데에서, 당신이 언젠가 수평선 저 너머에서 홀연히 나타나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나와는 정반대되는 자세로, 이 책을 비웃으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을 들고 나타날 당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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