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투표 조작, 누가 책임지고 있나

 

"국민 프로듀서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프듀 1분 PR에서 모든 연습생들이 덧붙인 인사말입니다. 이 어린 아이돌 지망생들은 11명 안에 들어보겠다고, 데뷔를 해보겠다고 자신의 매력과 끼를 어필했습니다. 대부분 십 대로 짧게는 한 달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고된 연습 기간을 거친 연습생들이었습니다. 내가 뽑는 연습생으로 아이돌 멤버가 만들어진다던, 어쩌면 판타지스럽고 미연시 게임스럽기까지 한 이 대규모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

 

"국민 프로듀서님! 당신의 소녀(소년)에게 투표하세요!"

 

프로듀스 시리즈는 '국민 프로듀서'를 내세워 홍보했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이 아이들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청자들은 내 Pick을 데뷔시키기 위해 매일 엠넷에 로그인해가며, 파이널 무대때에는 지인 찬스를 써가며 문자 투표를 했습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아이오아이(I.O.I), 워너원(Wannaone), 아이즈원(IZ*one), 엑스원(X-1).

 

하지만, 이 모든 게 PD의 농간이었다면?

 

 

지난 5일, Mnet '프로듀즈X101'을 포함해 프로듀스 시리즈를 전반적으로 총괄해온 김용범 CP와 안준영 PD가 정식 구속되었습니다. 경찰 조사 중 안준영 피디가 시즌 3,4의 투표 조작을 인정하면서 11월 11일 정규 앨범 '블룸 아이즈'로 컴백을 예정하고 있던 아이즈원은 앨범 활동 자체를 연기해야 했습니다. 컴백 쇼케이스를 비롯해 엠넷 방영 예정이었던 컴백쇼 또한 취소되었습니다. 안준영이 투표 조작을 시인한 지 하루만입니다.

 

 

이미 컴백 시기에 맞추어 홍보차 촬영이 끝난 '놀라운토요일', '아이돌 룸',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등의 녹화분도 방영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김소희 셰프는 이날 촬영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V2'(이하 '마리텔 2')은 방송에서 아이즈원의 출연을 통편집했습니다. 앞서 MBC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아이즈원 녹화분은 편집이 필요했고 11일 방송은 김구라, 노사연, 김장훈 세 개의 방송만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밝혔는데요. 실제 11일분의 방송을 보면 마리텔 2의 막내딸로 고정 출연 중인 MC 안유진 역시 통편집되었습니다.

 

편집 기술로 지워진 아이즈원

 

오늘 경찰은 프듀 1,2에서도 조작 정황을 포착했다며 긴밀하게 수사할 것임을 공표했습니다. 우롱당한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국민 청원 사이트에는 엑스원과 아이즈원이 해체하길 바란다며 이들의 지상파 3사 출연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진실로 묻고 싶습니다. 지난해부터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유흥 업소 접대를 받고 수천만원 대의 로비를 받은 것은 누구입니까.

 

 

분노의 방향을 우린 이미 알고 있습니다. 데뷔를 위해 춤추고 노래한 연습생들은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것을요. 안준영을 비롯한 프듀 총괄 제작진은 명백한 갑질로 거대한 판의 인형극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앞날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눈에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었습니다. 저 역시 초창기 프듀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로서 이번 일에 기만당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이러한 피디 픽을 계획하고 철저하게 이득을 취한 자가 누구인지 그 방향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엠넷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무거움 책임감을 느낀다며 피해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죄송한 마음을 갖고 책임자에게 합당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그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죄를 지은 자가 누구인지, 그 책임을 질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길 바랍니다. 또한 엠넷은 이번 사건을 안준영 개인의 탓으로 덮으려 하지 말고 구조의 권력에 대해 진중하게 인식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소통의 창구로서 미디어를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